롯데 황성빈, '미운털'에서 '은광'으로...실력으로 승부수 띄운다
롯데 자이언츠를 추락의 위기에서 구해낸 선수가 프로 핀치히터로 활약하던 외야수 황성빈(26)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지난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1루에 있던 중 마운드에 오른 상대 선발 투수 양현종을 바라보며 '출루냐, 무사 만루냐'는 질문으로 도발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황재균(KT 위즈),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등 다른 팀 동료들도 이를 따라했습니다.
또한 황재균은 8연패를 끊은 18일 잠실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LG 선발 케이시 켈리와 신경전을 벌이다가 시즌 첫 벤치 클리어링을 유발하기도 했다.
많은 롯데 팬들은 황재균의 투지에 환호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상대 팀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과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9개 구단의 팬들 사이에서는 황성빈을 '미워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죠.
이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황성빈은 최근 방망이를 휘두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서 오랜만에 선발 출전해 2타수 5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팀의 8연패를 끊어낸 그는 19~21일 KT와의 3연전에서 말 그대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19일 3연전 첫 경기에서 3루타, 볼넷, 1득점으로 2타수 3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21일 더블헤더에서는 1차전 2점, 2차전 1점으로 하루 만에 홈런 3개를 터뜨렸다.
이는 2022년 프로 데뷔전에서 홈런 1개를 친 선수가 하루에 홈런 3개를 친 기록입니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홈런 2방을 터뜨리며 9-9 동점을 만들었고, 2차전에서는 KT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투런포를 터뜨리며 5-2로 앞서나갔습니다.
이후 롯데는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에서 7-5로 승리하며 3연전 스윕을 완성했습니다.
8연패로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롯데는 황성빈의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7승 16패 1무(승률 0.304)를 기록하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3연승으로 최하위에서 벗어나 9위로 올라섰다.
황재균은 최근 4경기에서 타율 0.529(17타수 9안타)에 2루타 4개, 3루타 1개, 홈런 3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그 최고의 주자답게 2개의 도루를 추가하며 시즌 10도루 고지에 올랐습니다.
신인 첫해인 2022년에 10도루 12도루, 지난해에는 5도루 9도루를 기록한 황재균은 올해 10번의 도루 시도에서 모두 성공했습니다.
황성빈은 새로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롯데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 팬들도 그의 지치지 않는 투지에 감탄하며 '마황'(마귀의 황성빈)이라고 부릅니다.
이 별명은 '마왕'으로 불렸던 가수 故 신해철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황성빈은 4월 18일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나를 보고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상대 팀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준비할 수 없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2년 타율 .294를 기록하며 올해의 신인상 유력 후보로 꼽혔던 황재균은 지난 시즌 무서운 '2년차 징크스'를 겪으며 타율 0.212에 그쳤습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투지와 근성으로 플레이하며 롯데를 위기에서 구해낸 진정한 '거인'으로 거듭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