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팀이름의 유래를 알아보자
일본프로야구가 창설되었던 1934년
당시의 일본은 군사력을 중시하던 군국주의 국가였다
그래서 야구팀의 이름들도 대부분 지역/기업명 + 군(軍) 형식으로
굉장히 직설적인, 군대 이름 그 자체였는데
1945년, 일본제국이 2차 세계대전에 패하며 해체되었고
동시에 프로야구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게 되었다
1946년, 구단명을 지역/기업명 + 애칭으로 통일하기로 결정했고
194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당시 야구단들은 어떤 이름을 어떤 이유로 지었을까?
그리고 그 애칭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팀이 있을까?
지금부터 2024년 현재의 NPB 12구단의 이름, 그 역사와 유래를 알아보자
「요미우리 자이언츠」 - 1934년 창단
창설 당초에는 「대일본 도쿄 야구 클럽」 이었지만
1934년에 미국 원정 경기를 갔더니 각각의 팀에 애칭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야구 종주국에서 하는거니 우리도 뭐 하나 붙이자, 해서
구단 창설에 많은 도움을 줬던 뉴욕 자이언츠(現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름을 따서
미국원정 도중 스스로를 「도쿄 자이언츠」 라고 칭한것이 기원이다
1935~46년 사이는 「도쿄 교진군巨人軍」 이라는 이름을 썼으며
1947년부터 일본 최고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 신문이 구단을 인수하며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 78년간 쭉 이어지고 있다
「한신 타이거즈」 - 1935년 창단
창단 당시 한신 전기철도의 사원 공모를 통해 결정된 애칭으로
공업 지대였던 디트로이트와 한신 공업지대의 이미지가 겹친다는 점을 들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모티브, 구단 공식 명칭은 「오사카 타이거즈」 였다
이후
1940~46년 사이는 「한신군」
1947~60년은 원래로 돌아와 「오사카 타이거즈」
1961년부터 지금의 「한신 타이거즈」가 되었다
이름을 거의 바꾸지 않았고, 그 유래도 간단해서 별로 쓸게 없네...
「주니치 드래곤즈」 - 1936년 창단
연고지 이름에 軍을 붙여 「나고야군」 이름을 쓰던 중
1947년 당시의 모기업이었던 중부일본신문(現 주니치 신문)의
구단주였던 스기야마 토라노스케(杉山 虎之助)씨가 붙였다
사실은 자신의 이름 虎를 그대로 써서 타이거즈로 하고 싶었으나
이미 오사카 타이거즈가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고...
자신이 1904년 1월 출생으로 용띠였던 점을 떠올려 「드래곤즈」로 명명했다
1947년 당시는 「주부닛폰中部日本 드래곤즈」
1948~50년에 「주니치 드래곤즈」가 되었으나 이후 3년간 「나고야 드래곤즈」 로 변경
1954년에 다시 「주니치 드래곤즈」로 돌아왔다
「오릭스 버팔로즈」 - 1936년 창단
복잡한 역사와 손꼽히는 비인기 구단인지라 원년 구단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1936년 효고 현에서 한큐 전철이 「한큐군」 이름으로 창단했고
1947년 「한큐 브레이브스」로 바꾸었다
의미는 용감한 전사라는 뜻으로, 구단 깃발에는 투구를 쓴 전사가 그려져 있었다
1970~80년대에 황금기를 맞았으나 한큐 전철의 경영난으로 인해
1988년 금융기업 오릭스에 구단이 매각, 「오릭스 브레이브스」로 변경
그러나 얼마 못가 1991년에는 고베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항구 도시 고베에 어울리는 이름 「오릭스 블루웨이브」로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
그러던 2004년, 옆동네의 오사카 킨테츠 버팔로즈가 경영난으로 해체를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선수회 파업이 일어나는 등 복잡한 파란이 많았고, 결국은
오릭스가 흡수합병, 이후 버팔로즈 선수는 신생 구단 라쿠텐과 분배 드래프트로 나눠가지며
구단역사는 기존의 오릭스 브레이브스-블루웨이브만 계승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즉, 킨테츠 버팔로즈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팀인데
그 이름만큼은 이어가기로 했고, 2005년에 지금의 「오릭스 버팔로즈」 가 되었다
버팔로즈의 유래는 1959년, 만년꼴찌였던 킨테츠 펄스에 새롭게 취임한
치바 시게루 감독의 현역시절의 별명이었던 「성난 황소」 를 따와
지금부터는 팀 전체가 뿔난 황소처럼 공격적으로 변하겠다, 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 「버팔로즈」라는 이름 자체는 65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킨테츠 버팔로즈 역사 45년, 오릭스 버팔로즈 역사 20년으로 조금 복잡하게 되어있다
오릭스가 킨테츠의 역사까지 계승한것은 아니기에...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 1938년 창단
1938년 오사카에서 난카이 전철이 창단하며 「난카이군」 으로 출발
1947년, 난카이 전철의 상징 로고가 '날개달린 차륜'이었던 것에서
하늘을 날며 빠르고 매서운 맹금류를 떠올려 「난카이 호크스」가 되었다
원래는 콘도르(신대륙 독수리)로 하려고 했으나
당시 구단주 마츠우라가 "그거 대머리 독수리 아니냐? 좀 별론데..."
라고 해서 바뀌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후일담이 있다
1988년, 난카이 전철이 구단 운영을 포기하며 소매유통업체 다이에가 인수함에
한신,오릭스,킨테츠까지 있었던 오사카 지역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후쿠오카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가 되었다만...
한창 버블경제일때 호황을 누렸던 유통업체 다이에는 잃어버린 10년, 아니 20년?
어쩌면 30년일지 모르는 불경기에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며, 2004년 구단을 매각한다
이에 소프트뱅크 그룹 손정의 회장이 인수했고
2005년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되었다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 - 1945년 창단
어떤 기업이나 지역단체의 힘으로 창단한게 아닌
이미 해체된 아마추어 야구단 「도쿄 세너터스」 라는 팀의 부활이라는 명목으로 창단했다
당연히 시작부터 재정난에 시달리며 구단 전체를 인수해줄 기업을 찾아다녔고
1947년 토큐 전철이 인수하며 「토큐 플라이어즈」가 되었다
의미는, 토큐 전철의 로고였던 날개달린 열차에서 따온것으로 추정된다
이후로도 몇몇 회사를 거쳤지만 「플라이어즈」라는 애칭은 이어가던 중
1974년 햄과 소시지 제조의 선두주자, 대기업 닛폰햄이 인수하며 구단명이 바뀌었다
구단명은 팬 투표를 받았는데 1위가 「재규어스」였고, 이대로 결정되는가 싶었으나
과거 1952~54년 사이에 오사카 타이거즈의 2군팀이
「오사카 재규어스」라는 이름을 썼다는것이 문제가 되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당시 사장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담고 싶었던 차에
팬 투표 10위에 그쳤던 「파이터즈」 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닛폰햄의 투사戦士들, 어감도 좋고 번역도 마음에 들어 「닛폰햄 파이터즈」 가 되었고
2004년,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연고지를 옮기며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가 되었다
다만 지금은...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투사들의 이미지 보다는
아주 밝고 화기애애하며 웃음이 넘치는 개그팀의 이미지가 강하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 1949년 창단
야마구치 현에서 「타이요 훼일즈」로 출발
당시 고래잡이를 하던 모기업 타이요(大洋)어업에서 이름을 따왔으나
돈이 없는 기업인지라 지원은 없다싶이 했고, 팀은 언제나 꼴찌였다
이후 1978년, 현재의 연고지인 요코하마로 이전하면서 「요코하마 타이요 훼일즈」
그리고 90년대 초반, 포경업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 및 여론 악화가 심각해졌고
동시에 만년꼴찌 팀의 이미지를 함께 버리겠다며 구단명을 변경한다
1993년, 기업명을 빼고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로 새롭게 출발했는데
항구 도시 요코하마에 어울리는 Bay에
별처럼 밝고 빛나는 팀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은 Star의 합성어로, 일본식 영어다
그래서 탬파베이 레이스(Tampa Bay Rays)처럼
요코하마베이 스타즈(Yokohama Bay Stars)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후 2001년에 TBS 방송국이 인수했으나 구단명은 바꾸지 않았고
2012년에 모바일 게임 기업 DeNA가 전격 인수하며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로 변경,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 1949년 창단
후쿠오카에서 서일본철도(일명 니시테츠西鉄)가 창단
항구 도시에서 빠르게 달린다는 의미를 담아 「니시테츠 클리퍼스」 였으나...
1년만에 니시닛폰 파이리츠와 합병하며 결과 「니시테츠 라이온즈」가 되었다
그 이후로 모기업이 몇번 바뀌었지만 「라이온즈」 만큼은 유지했고
1979년, 세이부 철도가 인수하며 사이타마 현으로 연고지를 이전
2008년, 구단명에 지역을 추가하며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가 되었다
이는 당시의 팬 투표로 결정된 이름인데, 추정되는 이유로는
당시 후쿠오카의 한 동물원에서 사자가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고,
사람에게 해를 입히기 전에 사자는 처분했으며 동물원도 폐원시켰는데
아이들을 위해서 동물원을 부활시키자는 목소리가 많았었단다
이 영향으로 백수의 왕 「라이온즈」 가 많은 표를 받지 않았었나 라는 의견이 있다
이유야 어쨌든 라이온즈로 결정된 그때, 때마침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정글 대제'가 히트를 치며 '밀림의 왕자 레오'가 인기 캐릭터로 부상했고
옳다꾸나하고 라이온즈는 레오를 마스코트로 채용하였고
「치바 롯데 마린즈」 - 1949년 창단
마이니치 신문을 모기업으로 「마이니치 오리온즈」로 출발했다
의미는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의 아들 오리온
1958년, 다이에 영화사가 운영하던 「다이에이 유니온스」랑 합병을 하며
「다이마이 오리온즈」 가 되었는데, 구단 운영에 큰 혼선이 생겼다
실질적 운영은 마이니치인데, 구단주는 다이에가 맡으면서
모기업들 고래싸움에 등 터져버린 오리온즈는 이내 「도쿄 오리온즈」가 되었다
마이니치가 돈줄을 끊으면서 모기업이 있지만 자생을 하게 된것
어떻게든 돈이 될만한건 다 해야했던 오리온즈는
1969-70년에 롯데와 네이밍 스폰서 2년 계약을 했는데
1970년 퍼시픽리그 우승을 하며 롯데의 마음에 쏙 들어버렸다
들인 돈에 비해 홍보가 아주 잘되고, 이미지도 좋아지고...
롯데는 그 길로 구단을 완전 인수해버렸다. 그렇게 「롯데 오리온즈」가 되었고
1992년, 지금의 연고지인 치바 현으로 이사를 하며 구단명을 새롭게 했다
팬 투표 결과, 바닷가에 자리잡은 만큼 1위는 「돌핀즈」 였는데, 문제가 있었다
돌핀즈면 팀 이니셜을 D로 해야하는데, 주니치 드래곤즈가 이미 D를 쓰고 있었던 것
역사적으로 드래곤즈와 사이가 안좋은 오리온즈는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해적을 뜻하는 파이리츠로 할까 했더니 여기도 문제가 있었다
세이부 라이온즈가 창단 1년만에 니시닛폰 파이리츠랑 합병을 했었다고 상술했듯
「파이리츠」라는 이름은 엄연히 라이온즈의 역사에 있는 이름인 것이다
결국 롯데는 남은 선택지 중 차선이었던
해병을 뜻하는 마린을 택했고, 그 길로 「치바 롯데 마린즈」가 되었다
「히로시마 토요 카프」 - 1949년 창단
1949년, 팀 창단에 큰 힘을 썼던 정치가 타니가와 노보루씨가 명명했다
Carp는 뜻 그대로 잉어라는 뜻이다. 팀 이름이 어떻게 잉어 ㅋㅋ
이유로는 히로시마성의 별명이 「코이죠鯉城」 즉 잉어성 이었다는 점
또 하나는, 히로시마 시내에 흐르는 오오타 강에 잉어들이 많이 산다는 점
그리고 히로시마 지역 사정상 시민구단으로 출발했던 우리는 지금 잉어지만
폭포를 거슬러올라 용이 된 잉어처럼, 언젠가 용이 되리라는 의미도 담았다
1950~67년까지 「히로시마 카프」
1968년에 히로시마에 위치했던 토요(東洋)공업이 최대 주주를 맡으며
「히로시마 토요 카프」로 구단명이 바뀌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토요 공업은 마쓰다 자동차로 기업명이 바뀌었으나
구단명은 히로시마 마쓰다 카프로 바꾸지 않았다
* 鯉の滝登り = 잉어의 폭포오르기, 등용문과 같은 뜻을 담은 말이다
포켓몬의 잉어킹과 갸라도스도 여기서 모티브를 따온것이란다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 - 1950년 창단
현재 JR의 전신, 일본국유철도(일명 코쿠테츠国鉄)에서 창단했으며
처음부터 「스왈로즈」라는 애칭을 썼다
그 유래는 1950년 1월 당시 도쿄-오사카를 7시간 반만에 달리던
일본국유철도 최속의 특급열차 츠바메(제비,つばめ)를 따서 스왈로즈가 되었다
이후 1965년, 모기업이 산케이 신문으로 바뀌며
당시 데즈카 오사무의 인기 만화, 철완 아톰에서 따온 「산케이 아톰즈」 로 변경
1970년에 식품회사 야쿠르트가 인수하며 「야쿠르트 아톰즈」가 되었다가
1974년에 「야쿠르트 스왈로즈」 로 제비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다 2006년, 연고지 이전은 전혀 없었지만 구단명에 뜬금 지역명을 넣으며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 가 되면서, 10년간의 아톰즈 시절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스왈로즈다
「토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 2004년 창단
최소 70살 먹은 할배구단들 사이에 유일한 청년구단
2004년, 일본프로야구 재편 문제로 시끄러웠던 그 해
오릭스랑 킨테츠가 흡수를 하니 합병을 하니, 그럼 신규 구단이 하나 나와야지 하던 찰나
일본의 대표적 인터넷 쇼핑몰 기업 라쿠텐이 신생 구단에 뛰어든것
그것도 무려,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가 아닌
아무 연고도 없는 산골구석 동네인 동북 지역에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하겠다는 것
이러면 기존 구단들도 반발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진다
한국으로 치면... 이미 자리잡은 기존 구단들을 피해 강원도에 창단하고
그 이후로 우리가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자리잡아 보겠다 이런 느낌이라고 보면 비슷하겠다
구단명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토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토호쿠는 동북東北의 일본 발음이며
골든이글스는 동북 지역의 천연기념물 검독수리(이누와시)로부터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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